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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중편 35. 브르노 첫눈Exchange Student 2020. 2. 3. 21:16
브르노 공대에서의 마지막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일매일 과제의 연속이었는데 드디어 끝이 보인다니. 감격스러워서 이날 수빈이랑 브리또 먹으러갔다. 나초맛집인데 브리또도 맛있음. 이 날따라 날씨가 무진장 좋더라니 밤에 눈이올거라고 피터가 알려줬다. 덕분에 강의노트 던지고 빠르게 집 감. 추운거 싫어ㅠ수명이가 보여준 카디치. 체코 만화의 아기두더지다. 밤이 되자 약속한 듯이 눈이 펑펑 쏟아졌다. 원래 눈, 비 이런거 잘 안오는 체코에서는 그저 신기할 따름. 눈이 되게 뽀득뽀득하고 깨끗하다. 그래서 그 눈으로 눈사람도 만들고, 또 눈사람을 만들고, 펭수도 만들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펭수다. 외국애들이 만든 눈사람은 진짜 엄청 컸다. 이만큼 만든게 진짜 대단하다. 우리가 어찌나 신나게 놓았는지 지나가던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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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중편 34. 피터와 영화관Exchange Student 2020. 2. 3. 19:04
얼마전에 이 내용을 SNS에 올렸더니 오늘 슬프냐고 피터한테 문자왔다. 아니, 하나도 안 슬프고 나 지금 바르셀로나라서 무지무지 행복한데? 얘가 걱정한 이유는 내가 겨울왕국2보다가 울었는데 그걸 포스트에 써가지고 그런 것 같다. 페이스북 번역기 일해라. 그날을 천천히 기억해보자면 우린 밤 6시 반 영화인데 거의 5시에 만났다. 그것도 내 기숙사 앞에서. 뭔가를 잔뜩 들고 오더니 피터가 10월에 한국 갔을 때 샀던 우리 선물이란다. 이걸 12월 다 되서 주다니. 암튼 고마워. 가방은 대충 집에다가 던져두고, 빠르게 내려가니까 기숙사 고양이랑 놀고있더라. 이런 190넘는 친구가 아기 고양이랑 놀고 있는게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기숙사 트리를 지나 트램타러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은 언제나 더럽게 어둡다. 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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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중편 33. 브르노 초밥집 사쿠라Exchange Student 2020. 1. 31. 19:31
원래는 일요일에 공부하려고 나갔었다. 근데 앞서 말했듯이 브르노 공대는 주말에 학교 자체를 열지 않는다. 이건 내가 랩실 면학실을 알기 전의 이야기라 그때의 나는 바로 시내 카페로 나가보았다. 기숙사 앞 카페도 문을 닫았다. 여기 장소 이름은 Lake View. 우사치코바애서 내려서 겨우 찾은 카페. 렁고 하나 시켜서 공부하는 데 옆에서 개가 방해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인데 내가 자기만 하니까 더 어쩔 줄 몰라했다. 공부하다말고 얘랑 놀았다. 집에서 공부하면 되니까라고 생각하고 막상 집에 왔는데 그냥 누워서 뒹굴거렸다. 흐엉 배고플 때 되니까 한국인 룸메가 초밥 먹으러 가자 했다. 너무 좋아서 우당탕탕 뛰쳐나감. 초밥집 이름은 사쿠라. 대체적으로 맛있고 밥 양도 적당하다. 유럽은 고추냉이를 따로 주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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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중편 32. 체코 브르노 크리스마스 마켓Exchange Student 2020. 1. 29. 20:47
내가 유럽 국가로 교환학생을 갔던 이유 중 하나가 각 나라마다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보기 위한 것이었는데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하던 날, 드디어 크리스마스 마켓이 문을 열었다. 매년 다른 트리를 쓰겠지만은 2019년 기준 크리스마스 트리는 굉장히 크고 밝은 느낌이 컸다. 장식이 많다는 느낌보다는 하나를 포인트로 쌓아올린 느낌이다. 당시 과제 폭탄과 우울증을 한꺼번에 맞았던 기억이 있다. 11월 말 과제 폭탄이야 한국도 마찬가지이고, 해가 짧아진 탓에 밖에 나가는 시간이 짧아져서 그랬던 것 같다. 암튼 이런 나를 친구들이 밖으로 나오라고 이끌어준 덕에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긴 것 같다. 여기 사람들도 특이한게 그 전에는 다들 어디갔는지 거리에 사람 한 명도 잘 보이지 않았는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자마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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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중편 31. 피터와 동물원Exchange Student 2020. 1. 22. 20:01
자바 과제하느라 한동안 동굴생활을 하고, 논문 읽느라 친구들 만나지도 못했다. 은둔형 생활한지 너무 오래되서 우울증 걸려 죽울 것 같았는데 피터가 동물원 가자고 하더라. 웬 동물원이야? 하다가 마지못해 가게 되었다. 날씨도 좋고 한식도 먹게해줄테니 가자는 내용으로 와버려서 한식때문에 넘어갔다. 점점 나도 피터한테 조련당하는 걸까. 그리하여 주말도 아닌 금요일에 동물원에 가게 되었는데 동물들이 사람들보다 많았다. 우리는 이럴때마다 내가 렌트했어! 이런 장난을 치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피터가 그러더라. 난 옆에서 영앤 리치! 이러고. 동물원 가기 전에 간단히 먹었던 커피. 마시면서 우연히 생일 예기가 나와서 내 생일 이미 한참 지났고, 피터 생일은 좀 멀었고. 그러다 한국의 나이 카운팅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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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중편 30. 체코 감자튀김Exchange Student 2020. 1. 17. 18:38
감자튀김하면 당연히 벨기에이긴하다. 진짜 말이 필요없게 맛있더라. 하지만 체코에도 그런 감자튀김 집이 있다. 벨기에만큼 맛있는 건 아니지만 그 맛을 조금은 따라가는 맛이다. 이름은 팬씨 프라이 faency fries 피터가 알려준 곳인데, 소스가 다양하고, 특히 체다치즈가 맛있어서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맥주랑 먹으면 찰떡인데 늘 맥주 다 먹고 가던지 맥주 먹기 전에 가서 아쉽다. 일찍 문을 열고 일찍 문을 닫는 것이 특징. 12시쯤 문열어서 저녁 8시에 문 닫음. 생감자를 바로 튀겨서 주기때문에 매우 뜨겁지만 호호 불어먹는 붕어빵 세대인 나한테는 그리 어렵지 않지. 결론은 벨기에 감자튀김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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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중편 29. 나의 전기밥솥에 대하여Exchange Student 2020. 1. 17. 17:47
브르노 공대 기숙사의 주방은 방 안에 있지 않고 공용으로 사용한다. 때문에 아침에 가면 분명 깨끗했는데 밤에 가면 더럽고, 여름엔 모기도 장난아니게 많다. 가끔은 누가 거기다가 쓰레기도 버리고 가고, 요리하면서 담배도 피더라. 난 나름 괜찮을거라고 생각하고 요리를 해왔었는데 친구가 잠시 한국들어가봐야 한다며 본인이 쓰던 밥솥을 나한테 맡기고 갔다. 친구의 밥솥은 소리가 좀 많이 나긴 했지만(8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 성능은 정말 괜찮았다. 방에서 요리하니까 재미도 있고, 춥지도 않고, 벌레 물릴 일도 없고. 그리하여 친구가 한국에서 돌아오기 3일 전. 나는 전기밥솥을 하나 사기로 결심했다. 이걸 사야 내가 좀 뭘 먹고 살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두다트 DUDART로 달려가 1인용 전기밥솥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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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중편 28. 오스트리아 비엔나 여행Exchange Student 2020. 1. 16. 21:50
친구들이 비엔나에서 비자 받으러 간다고 해서 따라갔다. 원래 물가 비싼 나라는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갑작스럽게 생긴 여행이었다. 심지어 버스도 그 전날 끊었다. 브르노에서 비엔나까지는 버스로 2시간 정도. 심지어 프라하보다도 가깝다. 이걸 알고난 후부터 보통 밤 비행기를 이용하면 그냥 비엔나로 돌아왔다. 비자를 받으러 가는 것이 친구들의 첫번째 목표였기 때문에 새벽부터 브르노에서 출발했다. 비엔나 레지오제 버스정류장과 대사관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기 때문에 버스 하나타고 갈 수 있다. 비자 받고 바로 브런치 먹으러 갔다. 일찍 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줄이 길더라. 체코 비자말고 다른 비자도 되는 것인지 무슨나라 비자 받으러 왔냐고도 물어보고. 비엔나 시내쪽에 있는 유명한 브런치 카페라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