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환학생] 중편 34. 피터와 영화관
    Exchange Student 2020. 2. 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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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이 내용을 SNS에 올렸더니 오늘 슬프냐고 피터한테 문자왔다.

    아니, 하나도 안 슬프고 나 지금 바르셀로나라서 무지무지 행복한데?

    얘가 걱정한 이유는 내가 겨울왕국2보다가 울었는데 그걸 포스트에 써가지고 그런 것 같다. 페이스북 번역기 일해라.

    그날을 천천히 기억해보자면 우린 밤 6시 반 영화인데 거의 5시에 만났다. 그것도 내 기숙사 앞에서.

    뭔가를 잔뜩 들고 오더니 피터가 10월에 한국 갔을 때 샀던 우리 선물이란다. 이걸 12월 다 되서 주다니. 암튼 고마워.

    가방은 대충 집에다가 던져두고, 빠르게 내려가니까 기숙사 고양이랑 놀고있더라. 이런 190넘는 친구가 아기 고양이랑 놀고 있는게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기숙사 트리를 지나 트램타러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은 언제나 더럽게 어둡다. 가로등이 진짜 거의 장식품.

    피터가 늘 집 잘 들어갔냐고 걱정하는데 진짜 그럴만 한 거리다.

    체스카 오자마자 뭐할거냐길래 늘 말하던대로 술 먹자고 했다. 신촌 버릇, 브르노까지 감.

    영화는 1시간이나 남고 해서 크리스마스 마켓 볼겸 떠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구유 축성식 주변으로 상점이 가득 차있었는데 특히 술 집이 많았다. 기똥찬 맥주국이지만 이런날엔 독하고 따뜻한 럼 쪽을 먹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플라스틱 잔에 담긴 따뜻한 술을 들고 유유히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어차피 다 이러고 다니니까 딱히 눈치보이거나 그럴 건 없다.

    따뜻하고 맛있어서 홀짝홀짝 대다가 살짝 취기가 올라왔다. 아 이거 럼이었지.

    시험 얘기도 하고, 병원 얘기도 하고. 사소한 대화를 나누다보니 벌써 영화 볼 시간이 되었다. 피터랑 있으면 시간이 참 훅훅 지나간다.

    올드 타운과 뉴 타운의 트리는 사소하지만 진짜 다르다. 특히 뉴 타운은 화려하지만 수수한 느낌이 남아있다.

    올드타운은 느낌그대로 화려함의 끝.

    나중애 저 시계탑 가보자며 내려옴.

    패닉이의 In to the unknown 들으며 나가는데 술 때문인지 겨울왕국 내용 때문인지 찔끔씩 울었다. 근데 얘 눈치 못챈게 확실하다. 분명해.

    그리고 시계탑에 올라와서.

    사람들 구경.

    집 와서 피터가 준 선물을 하나씩 열어봤다. 이거 구성품이 실하다.

    소주도 있었는데 바로 냉장고에 넣어서 사진엔 없다. 얘는 가끔 이런식으로 감동을 준다. 룸메도 없어서 외로웠는데 고마워. 영화도 너무 잘 봤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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