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환학생] 중편 29. 나의 전기밥솥에 대하여
    Exchange Student 2020. 1. 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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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르노 공대 기숙사의 주방은 방 안에 있지 않고 공용으로 사용한다. 때문에 아침에 가면 분명 깨끗했는데 밤에 가면 더럽고, 여름엔 모기도 장난아니게 많다. 가끔은 누가 거기다가 쓰레기도 버리고 가고, 요리하면서 담배도 피더라.

    난 나름 괜찮을거라고 생각하고 요리를 해왔었는데 친구가 잠시 한국들어가봐야 한다며 본인이 쓰던 밥솥을 나한테 맡기고 갔다.

    친구의 밥솥은 소리가 좀 많이 나긴 했지만(8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 성능은 정말 괜찮았다. 방에서 요리하니까 재미도 있고, 춥지도 않고, 벌레 물릴 일도 없고.

    그리하여 친구가 한국에서 돌아오기 3일 전. 나는 전기밥솥을 하나 사기로 결심했다. 이걸 사야 내가 좀 뭘 먹고 살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두다트 DUDART로 달려가 1인용 전기밥솥을 샀다.

    가격은 대략 3만원. 내 하얀 전기밥솥은 작지만 강한 친구였다.

    짜장도 되고,

    까르보나라도 되고,

    콘치즈도 되고,

    밥은 물론이고,

    참치마요 덮밥에 들어갈 양파간장졸이기도 되고,

    감자칩도 되고,

    마라탕도 된다.

    마라탕 먹느라 바빴는지 사진이 흔들렸지만 꽤 많은 양이었는데도 골고루 잘 익었다.

    커피도 자주 끓여먹었는데 전기밥솥 하나로 커피포트도 되서 너무 좋았다. 중국인 친구는 인덕션을 사던데, 나도 처음엔 인덕션 살까 고민 많이 했지만, 전기밥솥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일단 아무 밥을 넣어도 맛있는 밥이 된다. 냄비밥 같은 밥이 아니라 진짜 맛있는 밥 말이다.

    브르노 공대가 언제쯤 제대로 리모델링할지 모르겠지만 그 전에 살 것 같은 사람이라면 전기밥솥 하나 사는거 나쁘지 않다. 친구들이랑 밥도 많이 해먹고 좋았기 때문에 나는 무조건 추천한다. 참고로 술안주하기 좋은 튀김류도 매우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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