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환학생] 중편 52. 체코 기숙사를 나가며
    Exchange Student 2020. 8. 3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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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까지의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브르노로 돌아왔다.

    가방 하나들고 캐리어 없이 3개국이라니..

    돌아오자마자 피터한테 연락을 했고, 피터는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 너 룸메 생겼던데?

    무슨소리야... 내 룸메는 9월만 살고 나갔는데?

    내가 여행을 다녀온 사이 피터는 새로 들어오는 한국 학생들과 연락해 새 친구들을 사귄 듯 했다. 피터는 그 중 한 명이 내 룸메라고 했다.

    난 그럴리가 없다며 집 문을 벌컥 열였다. 피터 말대로 내 방에는 사람이 있었고, 그 분은 한국분이셨다.

    룸메가 있든 없든 상관하진 않지만 문제는 내가 혼자 살아서 메기 짐을 옆 자리에 다 놓고 왔었는데 그 물건들이 다 내 자리로 오니까 짐이 너무 많았다.

    거기다가 내가 짐을 빼는 4일동안 메기도 당연히 여기서 지내려고 했는데 당장 잘 곳이 없었다.

    일단은 매기랑 나랑 싱글인 내 침대에서 꼭 붙어다기로 했는데 뭔가 계속 이상했다.

    나는 이 이상한 상황을 피터를 만나 풀기로 했다.


    학교 앞 Thai라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먹었다. 짐 싸면서 버릴 것들을 모아 피터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대체 왜 갑자기 룸메가 생긴거냐고, 원래 룸메 온다고 통보도 안하는 거냐고 묻자 아마 내 번호와 이메일을 몰랐을 거라했다.

    솔직히 알려고 노력도 안했을 거 같긴 한데.

    룸메는 전에 말한 학교 사이트에서 확인 할 수 있는데 내 룸메는 이미 10월에 왔어야 하고, 그 후로 바뀐 적이 없었다. 그냥 뭔가 내가 알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이 있나보다.


    피터는 내가 준 곰인형에게 일을 시키기로 했다.


    이쯤 되니까 거품 저만큼 안주면 서운함.


    립은 피터가 먹고 싶어서 시켰고, 타르타르는 내가 궁금해서 시켰다. 피터는 안맞거나 배가 아플 수 있으니 나에게 웬만한 날고기는 주지 않으려 했다.(그래서 타르타르도 이 날 처음 먹었다.)

    이 날도 내가 겨우겨우 설명해서 먹을 수 있었다. 안 써본 보험 좀 써보겠다는 둥, 한국의 육회를 니가 아냐는 둥...


    먹는 법도 천천히 알려줬는데 솔직히 나에겐 너무 느끼했다. 아니, 느끼하다기 보다는 빵이 너무 거칠어서 씹히질 않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다 먹긴 했다.

    화해의 주먹 샷.


    그 다음날은 피터를 만날 때 메기를 같이 데리고 갔다. 요즘들어 메기가 말이 없어지는 건 기분탓이었을까? 피터는 우리에게 인스타용 커피집을 알려주었다. 인스타용이러고 해도 커피 맛은 정말 최고다.


    카페 안에 진열된 리얼 시가.


    그날 저녁에는 수제 햄버거를 먹었는데 다시 생각해도 내가 저걸 어떻게 다먹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다시 돌아온 기숙사. 기숙사의 마지막 모습.


    기숙사를 빼는 것은 한국처럼 간단하지 않다.

    우선 서강대의 경우는 조교가 곤자가에 살고있는 학부생이기 때문에 조교에게 연락을 하면 어느 시간에든 약속을 잡아 방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보증금은 당연히 100%로 들어온다.

    브르노 공대 기숙사의 경우는 예정된 날짜에 퇴실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 행정실에 가서 방을 빼겠다고 말해야 한다. 행정실 시간이 복잡하니 잘 확인하길 바란다.

    예정 날짜라면 굳이 행정실에 찾아갈 필요는 없다. 바로 리셉션으로 가서 아래의 종이를 받으면 된다.


    이 종이를 받으면 리셉션에서 방 검사자를 너의 방에 보내겠다고 한다. 사실 청소부이신데 내가 이 전에 주방에서 인사을 몇 번 했던 분이셨다.

    친절하게 내 방을 대충 검사해주시고, 필요한 건 없는지 여쭤보신다. 물론 영어가 아닌 체코어로. 있다면 Ano, 없으면 Ne.

    그럼 검사가 끝났다는 표시를 해주시고 사라지신다.

    이 검사용지를 들고 행정실로 간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함인데 이제 체코를 떠나는데 굳이 보증금을 체코 돈으로 주신다. 프라하에서 몇 일 머물고 간다면 모를까, 난 바로 영국갈건데...

    체코 돈으로 받기 싫고 본인 국가의 돈으로 받고 싶다면 이메일을 쓰면 된다. 이 방법은 행정실을 가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다. 행정실 문이 닫혔을 때 주로 이 방법을 쓰는 듯 하다. 메일 주소와 내용은 위의 사진을 확인하기 바란다.

    이때는 종이와 열쇠를 들고 바로 리셉션으로 가서 반납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브르노를 떠나던 날. 피터는 우리를 프라하로 가는 버스까지 데려다주었다. 우리가 가는 동안 너무 슬퍼서 울었다고.

    다음에 꼭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또 만나자 라고 알 수 없는 기약을 한지 벌써 6개월이 지났네.

    우리, 언젠가 꼭 다시 재밌게 놀자!!

    Thank you, Peter! Dekuji, 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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