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환학생] 중편 40.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여행
    Exchange Student 2020. 2. 2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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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가 네덜란드에 대해 엄청난 예기를 해주어서 너무너무 기대하는 마음으로 네덜란드에 도착했다. 엄청난 예기라 함은 지하철에 마네킹이 있는데 중요 부위가 매우 적나라하고 어떤 건 심지어 그 부위만 다른 색으로 칠해놨다고.

     

    근데 나는 그런 건 보지도 못했고, 네덜란드에 밤에 도착했는데 심지어 비오더라. 포르투갈에서 나한테 날씨 운 있다고 한 사람 누구냐.

     

    그런데도 암스테르담이 좋았던 건 온전히 리키때문이다. 이 독일 훈남과 만나게 된 계기는 나의 레몬사탕과 오지랖 때문.

     

    심심해 보이길레 레몬사탕 먹으면서 친구 기다리랬더니 어느 순간 내 뒤에서 졸졸 따라오고 있더라. 왜 따라오냐고 물어보고서야 따라가도 되냐고 묻는 너는 진짜... 너 그거 한국에서 하면 범죄자 될 수 있어. 그냥 어려보여서 맘대로 하라고 했다.

     

    그때부터 나한테 폭풍 질문 시작. 뭐 하는 사람이냐, 어느 나라 사람이냐 등 말이 안끝날 것 같아서 일단 카페로 들어갔다. 영어 잘 못하는 것 같은 데 참 열심히도 물어본다 싶었다. 커피 좋아하냐고 물어보고 커피 시켜서 입을 막아버리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커피와 관련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펼치더라. 근데 난 그게 또 재밌었다. 오물오물 거리면서 말을 이어가는데 단어 안떠오르면 번역기도 쓰는 것도 귀여워 보였다. 그러다 깜짝깜짝 독일어도 튀어나오고. 그때 너는 참 풋풋했다.

     

    배고프다고 해서 먹으라고 했는데 내 눈치가 보였는지 너도 좀 먹으라고 하더라. '진짜 미안한데 나 원래 아침 안먹는 사람이고, 지금 라떼 먹은 것도 사실 벅차'라고 하면서 커피와 같이 나온 마카롱을 리키한테 줬다. 근데 얘는 끝까지 나에게 아침을 먹여야 겠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준 마카롱 반으로 쪼개서 내 손에 올려 놓더라. 속으로는 이 훈남이 지금 내 손 잡은 건가 하면서 난리가 났다. 마카롱 먹으면서 또 오물오물하는 걸 보고있자니 귀여워서 웃음이 나더라. 아, 이 남자 진짜 위험하다. 내 심장에 무리야... 내가 다 먹은 거 보자마자 이번엔 자기가 받은 마카롱 반으로 쪼개서 또 손에 투척. 그러면서 독일에 카페 별로 없다는 TMI도 빠뜨리지 않았다.

     

    얘가 과연 어디까지 따라오려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모르는 사람과 같이 다니는게 익숙하지가 않다. 게다가 우리 오늘 처음 만났잖아.

    내가 이날 모직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춥지 않냐고 물어보길래 '당연히 춥지 지금 겨울인데'라고 하니까 자기 패딩 벗어주려고 물어보더라. 아니, 그건 괜찮아. 너 감기걸리면 내가 죄책감들어서 죽을 것 같아.

    나는 고흐 미술관가려고 했기 때문에 일단 매표소로 가는 길이었다. 혹시나 해서 리키한테 너도 미술관 좋아하냐, 같이 볼거냐 물어봤는데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더라. 뭐지... 얘... 진짜 뭐지...

    기억에 3시 티켓이어서 이 주변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공원에서 가족 예기도 하고, 난 고양이, 리키는 강아지 예기도 많이 했다.

     

    그러다 강가로 가서 강이나 보자고 했다. 이때 나는 리키가 드레스덴에 사는 줄도 몰랐고, 드레스덴에 강이 많은 줄도 몰랐다. 그냥 브르노에 사는 나는 강이 너무 그리웠고, 그래서 본거였는데 리키는 뭔가 되게 익숙한 듯이 아까 먹다 남은 음식을 꺼내더라. 그와 동시에 사진에 보이는 오리들이 우리한테 몰려들었다. 난 너무 웃겨서 숨넘어가게 웃었고, 리키는 오리 밥 주느라 바빴다.

     

    점심으로 먹은 홍합탕. 옴뇸뇸~

     

    같이 미술관 들어갔는데 둘 다 이거 퍼즐 맞추기 해본 걸로 속닥속닥 거렸다. 너도 했니? 야 너두? 야 나두!

     

    미술관 나와서 본 크리스마스 마켓. 드레스덴이 더 예쁘다며 갑자기 국뽕 내새우기 시작한 리키에게 그럼 다음에 가보겠다고 했다. 리키는 "come, come to me"라며 엄청 자랑스럽게 예기하더라. (그 뒷 이야기는 드레스덴 여행에서.)

     

    네덜란드에서 마지막으로 들린 술집. 리키 추천으로 하이네켄 마셨는데, 이거 독일 것도 아니고 네덜란드 것도 아닌 걸로 아는데 이거 왜 추천해준 건지 모르겠다.

    저녁으로 술도 잘 먹고 숙소도 잘 들어갔는데 뭔가 아쉬웠다. 원래 독일 갈 생각 1도 없었는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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