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취업/독일] 28. 신입(Azubi) 교육
    Work Abroad 2022. 12. 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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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에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문화(예를 들면 코풀기)와 이해할 수 없는 문화가 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문화(예를 들면 야근)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독일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문화는 바로 Ausbildung 직업교육이다.

    Ausbildung이란 무엇인가?

    해당 직업 관련에 대한 경험이 없는(지식 포함) 사람들에게 나라에서 교육을 제공하고, 독일 내 회사들이 일을 시키는 시스템이다.

    즉, 해당 직업과 관련된 기초 지식없이 바로 일로 투입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게 어찌보면 내 상황과 비슷할 수도 있다. 나도 독일어가 준비되지 않은 채로 직업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머-쓱

    올해 8월, 그러니까 내가 이직하고 한달 후, Ausbildung 학생들이 회사로 투입되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할 줄 몰랐고, 심지어 Visual Studio가 뭔지도 모르는, 딱 나의 대학교 1학년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

    처음 이들이 회사에 왔을 때, 나는 사실 그들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설마 Probezeit에게 Ausbildung을 맡길거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건 대리급(2~3년차)이 할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난 독일어도 간신히 하는 외국인인걸?

    그런데 그 설마하는 일이 발생했지 모람 ㅎㅎ

    갑자기 11월 초에 Ausbildung 학생이 나한테 와서 이러는거다.

    “내가 티켓 하나를 받았는데 너가 같이 짝 프로그래밍 해주면 안될까?”

    2차 머-쓱

    안될건 없지만 굳이 나를? 왜?

    물어보니 우리 팀 대리가 나랑 같이 하라고 했단다.(실화냐…)

    일단 알겠다고 하고 하던 일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 바로 일정 조율하고 설명 PPT만들고 예제 코드를 만들었다.

    코드를 짜면서 든 생각은 아… 이걸 얘한테 시킨다고? 나도 3일 걸리는 걸? 이었다.

    작업 자체는 어렵지 않았으나, 우리 회사 프로그램 구조가 좀 복잡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절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도 일주일간 역공학해서 이해한걸 학교다니는 애를 붙잡고 설명하려니 한숨부터 나왔다.

    이 친구가 이해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버렸던게 나았을까?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려 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내 설명이 조금 꼬인 것 같으면,
    - 너무 어렵니?
    - 혹시 이해하기 어렵니?
    - 혹시 여기까지 이해하기 괜찮니?
    - 혹시 여기까지 한 것 중에 질문있니?
    - 니니?
    하며, 계속 질문을 유도했다.

    문제는 이 친구가 질문을 안한다는 거다. 무조건 이해했다고만 한다.

    그러고 다시 물어보면 모른다. 아니, 모른다고는 절대 하지 않는다. 이해했지만 설명하기 너무 어렵다거나, 복잡하다거나 같은 말을 했다.

    그래서 다시 설명했다.

    이번엔 이해했겠지? 하며 다음날 또 물어보면 아예 머리를 리셋해서 왔다.

    이게 바로 남의 자식이지만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일까?

    나름 한국에서 고등학교 교사란 스팩을 갖고 왔기에 일단 포기 하지 않고 끝까지 설명하며 페어 프로그래밍을 진행했다.

    근데 애가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발전이 없으면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혹시 내가 잘못가르치는 건가 싶어 다시 대리와 대화를 해보았다.

    - 내가 이제까지 설명을 해줬는데 이 친구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 내가 설명을 잘 못해서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네.
    - 얘가 이해 못하는게 당연해. 아무런 코딩 지식이 없는데 어떻게 이해하겠어.
    - ?? 그럼 이걸 얘한테 왜 시켰어?
    - 내가 숙제를 줘도 안하더라고. 그러고 매니저한테 본인 일하고 싶다길래 티켓을 줬지.

    그게 말이냐 방구냐?

    그럼 그 사이에 낀 나는 어쩌라고…

    아무튼 대리가 얘를 뽑은 게 아니어서 뭐라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 학생이 너무 공부를 안해오는 것도 문제이긴 하다.

    학교 다니면서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숙제를 못했다고 한다.

    그럼 하루에 코딩공부 얼마나 하냐고 물어보니까 일주일에 5시간 한단다.

    아… 5시간… 하루에 5시간이 아니고 일주일.. 아…

    일단 코딩 공부에 시간을 더 쓰라고 했다.

    디버깅이나 키워드 같은 것들은 이미 이 친구가 처음 우리팀에 들어왔을 때 다 줬었다.

    또 물어보면 진짜 팰거임.

    가장 놀랬던 건, 남은 열심히 설명하는데 본인은 노트북 들고 침대에서 듣고 있었던것.

    아니…

    내가 불러주는거 하나하나 받아적기도 바빠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거다.

    그냥 그런거다.

    뭘 바래… 그냥 열정 없는 놈 하나 거른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학생은 본인이 엄청나게 쉬운 티켓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친구야, 세상에 쉬운 티켓이란 건 없어…

    1점짜리 티켓도 디비 잘못 날리면 걍 끝이야…

    그리고 짝 프로그래밍에 대한 엄청난 오해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감히 예상해보건데,
    숙제를 하려면 혼자 공부하고 알아보고 해야하니까,
    남이 옆에서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짝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근데 사실 짝 프로그래밍이 더 어렵단 사실은 몰랐겠지.

    짝 프로그래밍을 하려면,
    - 상대방이 말하는 걸 들을 준비
    - 상대방이 코드 올려주면 미리 보고올 준비
    - 상대방이 PPT 올렸으면 미리 보고올 준비
    - 모르는거 질문할 준비
    를 하고 왔어야 하는거 아닐까?

    물론 나도 대학교 1, 2학년때 공부 안하고 놀았기 때문에 이해는 한다만, 최소한으로라도 복습은 해와야 하지 않을까?

    대체 무슨 배짱으로 노력도 없이 남이 해주는 거 받아먹기만 하려는 건지, 내 눈에는 이렇게 밖에 안보인다.

    장담하는데 이런식으로 짝 프로그래밍하면 코딩 실력 하나도 안는다. 나중에 혼자 프로그래밍 하려면 쓸 수 있는 코드가 없을거다.

    모르면 질문 하라고, 우리 언제나 열려있다고 하면 알겠다고만 하고 또 질문은 안한다.

    답답해 미치겠네…

    아무튼 현재는 이 티켓에 대한 코드 교육은 끝났고(이걸 끝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대리가 학생 데리고 코드 리뷰할 것이다.

    그리고 이 티켓이 끝나면, 내가 추천한 대로 학생이 만들고 싶은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라도 하는게 어디야…

    신입에게:
    너만 포기 안하면 아무도 너 포기 안해.
    어떤 질문이던지 괜찮으니까, 제발 질문해. 제발.
    질문하기 전에 알아서 가르쳐 주세요 라는 말은 하지마.
    우린 이미 너가 질문해야할 키워드 리스트 다 줬어.

    대리에게:
    가르쳐보니 알겠다.
    내가 앞으로 더 잘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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