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취업/독일] 중편 30. 터키 여행
    Work Abroad 2023. 6. 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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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부터 조금 불안하긴 했다.
    원래 온라인 체크인을 해서 창구에서는 짐만 붙이는 편인데 하루 전날까지 온라인 체크인 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다.
    이러다 비행기가 결항되는 경우도 있었다기에 아 어떡하지 하다가 어차피 걱정해봤자 결과는 바뀌지 않는 다는 사실에 무작정 잠을 청했다.

    여행 당일.
    일단 버스와 기차는 문제 없이 잘 탔고 덕분에 공항역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공항역에서 터미널 기차타고 터미널까지 도착하니 이제서야 좀 실감이 났다.
    독일와서 처음으로 비행기타고 가는 휴가라. 한국 빼고.

    체크인 창구를 찾아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창구 앞에는 대략 10팀 정도 있었고 나도 그 뒤로 줄을 섰다.
    내가 줄서기에 동참하자마자 줄이 갑자기 반으로 줄었는데, 앞을 보니 옆 창구가 열려있었다.
    이걸 지켜보는 관경이 좀 아이러니 했다.

    독일에 원래 줄서기 문화가 화장실과 마트 계산대 빼고 없는건 알긴 했는데 공항에서 줄을 이렇게 반가르기 한다고?

    한국 공항에서는 무조건 체크인이든 온보딩이든 한 줄로 서야 한다. 승무원들이 고객들의 줄서기를 관리하기도 하고 중간중간 필요한 정보들도 소리내어 알려주신다. 노트북은 가지고 타라거나 가지고 타는 짐에는 액체 얼마까지 라거나.

    한국에서는 한줄로 체크인 줄을 서고 체크인 담당 승무원이 손을 들으면 고객이 그 쪽으로 이동한다. 출입국 관리소와 동일하게.

    독일은 그냥 옆 창구 열리면 그 쪽으로 고객이 알아서 이동한다. 뭐랄까. 이걸 왜 이렇게할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어쨋든 들어가는 건 똑같으니까 솔직히 상관은 없지만.



    난관은 짐을 붙이고 나서부터였다. 내가 타야할 비행기의 온보딩은 게이트 C 였는데 난대없이 게이트 C가 닫혔다는 거다.

    멍하니 닫힌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데 직원이 게이트 B로 가란다. 같은 비행기 타는 사람들이 항의하는 동안 나는 빠르게 게이트 B로 향했다. 항의한다고 될게 아닌 독일인걸 알거든.

    그들의 통보대로 게이트 B에서 짐 검사를 하고, 게이트 C로 넘어가기 전에 쇼핑을 먼저했다. 왜냐면 가끔 게이트 넘어가면 면세점 크기가 굉장히 차이가 날 때가 있기 때문에 일단 큰 면세점을 발견하면 쇼핑부터 하고 본다.

    그리고 예상대로 게이트 C의 면세점은 게이트 B의 것에 비해 너무도 초라했다.

    화장품 면세나 회사에서 직원가로 사나 비슷한 가격인것도 있고, 회사에서 사면 사은품도 많고, 그리고 당장 사야할 것이 없기도 해서 화장품은 테스트만 해보고 패스했다.

    돈은 술과 담배 코너에서 쓰게 되었는데, 일단 데킬라를 챙겨가야지 하다가 바로 로얄 살루트를 발견했다. 이걸 여기서 보내. 근데 난 그 병을 갖고 집에 돌아갈 자신이 없어서 일단 패스하고 원래 목적인 데킬라를 집었다.

    아직도 눈에 아름거리는 로얄 살루트. 돌아오는 길에 제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담배는 뭘로 할까하다가 요즘 피고 있는 카멜 블루를 골랐다. 확실히 카멜 블루가 말보로 골드보단 패키지가 예쁘다.

    다해서 백유로 정도? 생각보다 싸게 먹히긴 했다.

    그리고 게이트 C로 넘어가는데 2시 10분이었다. 온보딩이 2시 20분인데.

    서둘러 게이트 C로 가는데 웬걸 거기에 출입국 사무소가 있을 줄이야. 아니 터키가는데 출입국 사무소를 왜 들려야 하지? 같은 유럽 아니야?

    순간 직장 동료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반은 유럽이고 반은 아니야.

    하..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결국 정신차리고 앞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하고 앞으로 헤쳐나갔다. 그래도 사람들이 다 이해해주시더라. 너무 감사했다. 뉴욕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길에 겪었던 일을 직접하고 있다는게 새삼 신기하기도 했다. 그때 그 경험을 못했다면 또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맨 앞에 분이 친절히 창구까지 가리키며 양보해주셔서 무사히 출입국 사무소 통과. 남은건 온보딩 게이트 찾기. 표에 적힌 게이트는 C45였다. 진짜 이거 놓지면 난 망한다는 생각에 죽어라 뛰었다. 그리고 딱 그 게이트에 도착하니까 창구에서 방송하더라. 게이트 C45 이즈미르 가는 고객님들, 창구 C31로 가세요.

    네? 어디요?
    C31!
    감사해욥!

    그렇다. 공항에서는 늘 도와주는 사람이 많고 감사하다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렇다.

    나와 같은 목적지의 사람들에게도 빨리빨리 상황을 전했다. 분명 체크인 할때 같이 줄 섰었고 그 줄에 아시안은 나 뿐이었으니 내 얼굴을 모를리 없다는 생각에 승무원들보다 빠르게 자리에서 헤드폰 끼고있는 젊은이들을 찾아 이즈미르! C31! 을 외치고 다녔다.

    그렇게 모두 같이 찾아온 C31. 이제서야 우리의 난관은 끝인것인가? 아니, 아직 한 발 남았지!



    갑자기 또 우리 비행기에 대한 방송이 울렸다. 이즈미르 가는 승객넘들아, 우리 비행기 한 시간 지연됨. C31에서 기다리샘.

    이…!! Scheiß!!!

    한 시간 기다리라는 소식에 사람들은 반으로 쪼개졌다. 좌석에 앉아서 기다림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한 시간을 뭐라도 하러 돌아다리려는 사람들. 나는 ESFJ 답게 후자를 택했다.

    시간이 뜨니 오히려 좋기도 했다. 화장실가서 신발도 갈아신고, 화장도 좀 고치고, 담배도 피러 가고.

    흡연실에서는 같은 팀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이즈미르 어디어디 가냐 뭐하러 가냐 하는 스몰토크가 이어졌다. 참 신선한 경험이었다. 난 친구 만나러 간다니까 친구는 대학생이냐, 용감하기도 하다, 독일에서는 얼마나 있었냐 등등 온갖 대화가 오갔다.

    특히 한국에 대해 좀 아는 선생님들도 대화에 참여하셔서 흥을 더해주셨다. 덕분에 좀 시끌벅적했던 흡연부스.

    한참 떠들고 나와보니 곧 온보딩 한단다. 또 흡연부스가서 우리 온보딩 한데요 하고 알림방송하니 사람들 급히 불끄고 달려나왔다.

    게이트가 열리자 다같이 박수를 쳤다. 우리 팀 사람들 진짜 다 개그맨이다. 아이들은 신나서 팔짝 뛴다기보단 부모님 옆에서 기다리느라 많이 지쳐보였다. 다음에 올 땐 큐브라도 갖고오렴. 그래도 기다리느라 고생 많았다.

    그리고 이 놈의 줄서기 문화는 온보딩이 열리자마자 또 없어졌다. 그냥 우르르 몰려가서 눈치보며 들어간다.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들어간다는 결과는 다 똑같다. 예전의 나라면 화를 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 같다. 뭐가 날 바꿨을지는 독일에서 기차나 버스 열 번만 타보면 안다.

    자리를 찾으러 가며 둘러보니 이제서야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여러분, 저희가 드디어 비행기를 탔네요. 그래요, 저도 기뻐요.

    내 자리는 날개부분 창가자리였고 짐은 내가 첫 번째로 올렸다. 근데 다 타고 보니 짐 칸이 좀 모자랐는지 승무원분들이 짐가방 정리를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칸 짐에는 내 짐에 가장 만만해 보였는지 내 짐 주인을 뭍길래 손을 번쩍 들었다.

    아… 파비앙이 이렇게 주먹쥐고 번쩍 손들지 말랬는데. 뭐 어때, 독일이지만 여기 터키 가는 비행기임. 난 한국인이고. 어쩔티비 저쩔티비.

    아무튼 승무원은 내 가방을 다리 밑에 보관해줄 수 있냐길래 츄라이 해보겠다고 했다. 역시 도움과 감사가 넘쳐나는 공항이다.

    덕분에 사람들이 내 가방에 담배랑 술 들은거 다 알게되긴 했는데, 그래요, 난 자랑할래요. 전 오늘 친구랑 마실 데킬라와 돌아가서 여행하고도 남을 만큼의 댐배를 샀답니다. 싱글 라이프란 이런거죠.

    그리고 옆사람이랑 데킬라 뭐 샀냐 이거 샀다 터키 술 비싸다 잘 샀다 그러더라. 사실 친구 심부름이긴 한데 뭐 나도 마실거니까요. 친구랑 즐거운 밤 보내라 그러고 이 언니는 좌석 등받이가 헐거워서 자리를 옮기셨다. 아 언니 가지마요.

    예쁜언니가 떠나고 시크한 언니랑 둘이서 그 빈자리는 나눠 가졌다. 가방 자리를. 시크한 언니가 먼저 반쯤 걸쳐서 가방 놓길래 혹시..? 하니까 of course 하시더라. 예, 그럼 저희 초라한 백팩을 여기 두겠습니다.

    그 언니는 그러고 계속 주무셨다. 정말 계속 주무시다가 티 타임이 되어서야 한 번 일어나셨다. 아마 커피향 때문이지 않을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음료는 유료였다. 그래도 비행기에서 티타임하면서 글 쓰고 싶어서 차를 하나 시켰다.

    혹시 차도 있나요?
    터키쉬 티 있어요.
    그게 모죠?

    예, 저는 터키 여행을 가지만 터키에 관해 아는게 없답니다. 아는 말이라곤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 밖에 없는 저를 어찌합니까. 그러자 시크한 언니가 블랙 티라고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다. 그래서 결국 그거 시켰다. 워낙 승무원 언니가 설명을 오래 하셨기도 하고.



    4유로라서 5유로 냈는데 하필 내 차례때 동전 다 떨어졌지 모람. 그래서 그냥 잔돈 됐다고 독일어로 했는데 못 알아들으신건지 원래 터키 항공사에는 팁 문화가 없는 건지 차를 반 쯤 마셔갈 때 승무원 분께서 익스큐즈미 하시며 1유로를 돌려주셨다. 받을까 말까 하다가 그냥 받았다. 이미 오셨는데 안 받기 뭐하기도 하구.

    다들 한나의 지갑 지키미들이야.

    아무튼 여차저차 벌써 비행한지 세시간이 다되어 가는데 첫날부터 재미있군요. 참고로 신발 갈아신은 거는 진짜 신의 한수. 원래 로퍼를 신고 있다 발가락이 더워서 샌달로 바꿨는데 발가락 확장되는 기분 아주 좋군. 심지어 굽도 5센치임.

    14시간 비행할 때는 아무리 글을 써도 시간이 남던데 세시간 짜리다보니 글쓰다가 내릴때가 되버렸다. 그럼 나의 신나는 터키 여행을 바라며 1일차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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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여행 할 때 못쓰고 독일 돌아와서 쓰는 일기.


    친구네 집 멍멍이. 이름은 Küpük 인데 큐퓩 이라도 읽고 카푸치노 라는 뜻이다. 친구가 쉘터에서 데려온 아이로 올해로 두 살이다. 작은 놈이 목소리가 아주 우렁참.


    두 번째 날은 큰 쇼핑센터에 갔다. 스타벅스가서 커피 마시는 중. 같이 간 친구가 빵 구워와서 같이 먹었는데 딜을 넣었다고 한다. 향이 진짜 미쳤음.


    인테리어를 진짜 잘 해놨다. 진짜 여름여름 함.


    여기 쇼핑센터가 마주보는 형태로 두 개가 있는데 육교를 통해 이어져있다. 둘다 으리으리하다. 송도 쇼핑센터같은 느낌인데 뭐랄까 사람이 적어서 너무 좋았다.


    친구 집 근처에 있는 건물. 도시 이름이 Buca. 부자라고 읽는다.


    터키에서 첫 케밥. 되너라고 하는데 독일어랑 똑같아서 놀람. 대체 그럼 케밥과 되너의 차이는 뭘까.

    이건 도리토스를 넣은 매운 되너인데 개맵다.


    다음날 바다가는 길에 잠깐 들린 작은 슈퍼마켓. 생선들이 얼음 위에 널부러져있다. 먼가 한국같아서 놀람.


    여기는 공영 해수욕장. 물이 굉장히 짜다. 근데 파도가 크게 쳐서 놀기 좋다.


    해수욕장 갔다가 씻고 친구네 과수원에 들렀다. 올리브 농장인데 베리류도 키운다고 한다. 덕분에 여러가지 먹어봄.


    이 친구네 집에는 큰 개 한 마리를 키우는데, 터키는 웃기는게 개를 한 마리 키우면 그 개가 친구 만들어서 집으로 데려온다.

    이미 중성화를 했는데 어디서 남자 개를 하나 꼬셔왔다고. 그리고 그 남자애가 임신중인 고양이를 데려오더니 그 고양이가 여기서 애기를 낳았다고 한다.

    그래서 누가 보면 고양이 4마리 개 2마리 인 대농장으로 보는데 본인 반려동물은 개 1마리라고.


    이케아를 닮은 메트로라는 큰 쇼핑몰. 진짜 이케아랑
    비슷하고 이것저것 다있음. 여기서 카이막 삼.


    다음날 아침. 대학원 다니는 친구가 아침 차려줌. 이 친구는 또 아보카도 농장을 한다고 함. Sujuk을 해줬는데 수육이라고 읽고 하랄 소고기 소시지와 계란을 구운 요리이다. 개인적으로 오렌지 껍질 절임이 제일 맛있었는데 달달하고 상콤하다.


    브런치 먹고 바로 항구 도시로 갔다.


    여기수 생선 케밥을 먹었는데 개인적으론 프랑크푸르트에서 먹은 고등어 케밥이 더 맛있었다. 근데 저 소다! 저 소다 대체 어디서 사는거지? 저거 딱 밀키스나 라무네 맛임. 제발 독일에 팔아줘. 싸게 제발.


    여기는 프라이빗 비치. 음료수 포함 두 명이서 25유로 인데 진짜 갈만 함. 직원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친절함. 사진찍는다고 와다다 거리니까 아예 아저씨가 와서 찍어줌. 내 포즈가 맘에 안드셨는지 포즈도 직접 취해주심ㅋㅋ 여기서 아저씨가 제일 핫 가이였음.


    친구가 찍어보라도 해서 찍어본 운전샷. 이거 마르셀한테 보내라는데 아직 안보냄. 근데 예쁘게 나오긴 함.


    대망의 카이막. 나도 드디어 먹었다. 진짜 너무 맛있다. 맨날 먹을 수 있어!
    한국에선 너무 비싸서 못먹겠고, 독일은 그냥 안판다. 친구가 얼음이랑 소금해서 가져가라고 했는데 불안해서 그냥 두고 감. 다음에 와서 또 먹을겡!


    공항 앞에서 찍은 이즈미르. 진짜 재밌었다. 역시 여름엔 바다다.


    이건 공항 안에 있는 카페. 소파에서 거의 누워 있듯이 앉았는데 너무 편해서 잠들 뻔했다.


    공항에서 너무 펑펑 울었는지 비행기 타니까 옆자리 아저씨가 물 한잔 사주셨다. 감사합니다ㅠㅠ

    너무 행복했고, 우리 인연이 정말 말도 안돼서 터키 있는 내내 내가 진짜 터키에 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마지막은 햄버거 케밥인데 이날 내가 핸드폰 안가져가서 친구가 대신 찍어줌. 이것도 진짜 맛있음.

    미식의 나라 맞네. 암튼 내년에 또 올거니까 너두 울지말고 기다려! 아니 독일로 놀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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