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취업/독일] 중편 23. 이직
    Work Abroad 2022. 5. 1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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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직하게 된 이유


    때는 2021년 12월.

    연말휴가를 보내기 위해 나는 한국으로 향했다.



    친구들에게 나눠줄 선물도 다 챙겨서 브레멘-뮌헨-인천 순으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는데 이놈의 코로나! 브레멘에서 출발하기 전에 올덴부르크에서 PCR 검사를 했고, 결과지를 가지고 브레멘 공항을 통과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대한민국은 모든 해외입국자에게 10일의 자가격리를 부여했고, 이 자가격리 절차 때문에 인천공항에서 1시간 가량을 소비했다.

    아무튼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한국와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찰나, 회사 업무 메일로 회사 파산에 대한 메일이 왔다.

    갑자기?

    이유는 러시아가 가스관을 막아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였고, 이는 우리 회사의 가치와 목표에 맞지 않아 회사를 파산하기로 결정했단다. 참고로 다니던 회사는 에너지 회사였다.

    아니, 가격을 올리면 되잖아??

    나만 그런게 아니라 사실 전체 회사가 멘붕이었다. 잘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6개월 안에 알아서 짐싸서 나가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얼마나 화가 나고 당황했을까. 고객들도 많이 당황했었는지 회사 별점이 거의 테러 수준이었다.

    나는 여기서 고민에 빠졌다. 이직을 바로 하느냐, 아니면 의리를 지키다가 실업수당 받으면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느냐. 결국 3개월 동안 의리를 지키다가 부장님께서 더 이상 이 회사에 미래가 없는 것 같다고 하시고 나서야 새로운 일을 찾았다. 사실 남아있으면 다른 회사랑 합병된다는 말을 들어서 그걸 기대하고 있기도 했다.

    2. 이직 과정


    1) Bundesargentur für Arbeit 및 실업급여


    회사 안에서 여러 말들이 오가는 사이 나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독일이라 그런지 실업급여가 꽤 괜찮았다. 특히나 내가 사직서 내는 경우가 아닌, 회사에서 사직서를 받은 경우, 일 한지 1년이 넘었다면 5개월 간 Arbeitslosengeld를 받을 수 있는데, 바로 실업수당이다. 현재 월급의 60%~90%인 걸로 아는데 이것도 직책이나 나이, 세금 클레스에 따라 다르다.

    사실 다른 곳에 취업해버려서 실업급여 못받았지만 실업급여 신청 절차는 처음 보는 사람들 한테는 어려우니까 내가 해본 것 까지만 설명해보려 한다.

    독일 실업 급여를 신청하려면 일단 Bundesagentur für Arbeits에 가입을 해야 한다.
    https://www.arbeitsagentur.de/

    Startseite - Bundesagentur für Arbeit

    Informieren Sie sich über Ziele, Aufbau, Ansprechpartner und die Veröffentlichungen der Bundesagentur für Arbeit.

    www.arbeitsagentur.de


    가입을 한다고 바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 메인 화면에서 Arbeitlos를 클릭한다.

    독일은 Arbeitlosngeld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처럼 회사 다니다가 해고된 경우, 다른 하나는 실업급여가 거의 끝나가거나 내 수당이 가족들 먹여 살리는데 충분하지 않거나 암튼 그런 사항들에 대한 것이다.

    내 경우는 Arbeitslosengeld 를 클릭하면 된다.


    그럼 다음과 같은 절차를 설명해준다.


    1. 일자리 찾기 등록
    2. 실업자 등록
    3. 실업급여 신청
    4. 변경(일자리 찾았을 때)

    독일어가 어느 정도 된다면 그냥 전화해서 신청하는게 빠르다.

    아무튼 저 절차를 하나하나 클릭하면서 신청을 하면 된다. 저거 하려면 일단 독일 ID카드가 온라인으로 사용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독일 ID카드는 안에 칩이 들어있어서 온라인으로 개인 식별이 가능한데 이 기능을 처음 ID카드 받을 때 작동시켜놨어야 한다. 근데 사실 이런거 등록할 때 아니면 별로 쓸 곳도 없어서 Amt에서 작동 안시키고 그냥 준다. 나 또한 작동시키지 않고 그냥 ID카드를 받았기 때문에 다시 Amt가서 작동시켜달라고 부탁드렸다. 작동 시키든 안시키든 본인 선택.

    일자리 찾기 등록하면 몇 일 후에 Agentur에서 전화가 온다.

    직원: 당신이 한국인 한나씨죠?
    나: 넹, 코리안 한나입니다.
    직원: 본인 식별해야되니까 ID카드 내용 좀 알려주세요.
    나: 넹

    여기서 독일어 잘 못하면 빨리 도와줄 파트너 찾아야 한다. 예전에 친구가 하는 걸 봤는데 독일어 못하니까 바로 끊어버리더라.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고, 앞으로 무슨 직업을 하고 싶은지 다 말하면 고객번호를 받으면서 전화가 끝난다.

    그러면 내 정보가 사이트에 올라가면서 일 할 사람을 구하고 있는 회사들이 나에게 초대 우편을 보낸다.
    몇 개 우편을 받아보긴 했는데 그 중 하나는 Python이 와서 다시 돌려보냈다. Python이 싫다는 게 아니라 난 C#이 더 하고 싶다.

    2) Recuriter - Computer Future

    시작은 언제나 Linked In.

    Xing에 가입은 했었지만 메일만 받아봤고 실제로 인터뷰가 2차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없었다. 독일 플랫폼이다 보니 다 어느정도 수준의 독일어를 요구하는 회사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Recuriter들인데 여기서도 또 독일어 때문에 거절당한 슬픈 기억이 있다.

    Linked In에서 본인이 원하는 조건을 입력해서 찾으면 회사 이름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리쿠르팅 회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건 또 하나의 독일 문화인 것 같은데 독일에서는 리쿠리터를 끼고 취업하는 경우가 굉장히 흔하다.

    나는 현재 이직한 회사에 직접 이력서를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리쿠르터를 통해 취업이 되었다. 2월에 직접 넣었고, 4월에 리쿠르터를 통해 한 번 더 넣었다. 신기했던게 2월에 넣었을 때는 답장조차 없더니 리쿠르터 끼고 넣으니까 3일만에 면접보자고 연락왔고, 1차 면접 본지 3일만에 2차 면접 보자고 연락왔다. 분업이 철저하다고 해야할까. 독일은 이러한 인사구조를 담당하는 리쿠르팅 회사가 지원서를 받고, 면접은 회사가 직접 본다. 또, 지원자 관리나 피드백 등은 리쿠르팅 회사가 담당한다.

    회사는 정말 본인 일만 집중하는 느낌. 그렇다고 인사팀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인사팀은 있지만 이러한 고용절차를 다른 곳에 맡길 뿐.

    여기서 불편한 진실은 처음 독일에 비자 없이 와서 취업하겠다고 다짜고짜 리쿠르터부터 알아보면 망한다. 리쿠르터들은 일단 일 할 수 있는 비자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기 때문에 비자가 없으면 해당 조건이 안맞는다고 거절한다. 비자 보여주면 그때부터 태도가 변해서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린다.

    3. 이직 면접


    아무튼 3월 초부터 전화기에 불이 나도록 면접보고 독일 서쪽 지역 웬만한 곳은 다 돌아다니면서 Probetag이라는 시험도 보았다. 참고로 개발자 Probetag은 보통 6시간에서 8시간 정도 본다. 시험이 아예 없는 회사도 있는데 그러면 3시간이면 끝난다.

    한국에서 해본 취준이라고는 임용고시가 전부이고 이것도 시작하기 직전에 독일로 와버려서 한국 코딩테스트 조차 준비해본 적이 없었다. 처음보는 Probetag은 정말 너무 암담하고 뭘 준비해야하는 지도 모르겠고, 주변에 물어봐도 안보고 들어온 분들이 태반이라(새로 생긴 문화인듯) 팁을 얻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냥 다들 릴렉스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보라고만 하고 실제로 뭐가 나오는지는 안알려주더라.

    아마 직무마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C# 혹은 .NET Backend 개발자 포지션이라면 주로 Web API 문제를 보게 될 것이다. 여기서도 몇 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1) 아무 조건없이 문제만 줌
    2) 정해진 솔루션이나 라이브러리 안에서 설계
    3) 알고리즘을 묻는 일반적인 코딩테스트

    개인적으로 2번을 더 선호하지만 1번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3번은 개인적으로 최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알고리즘에 대해 묻는 건 좋지만, 그 자체를 테스트하기 보다는 그걸 활용하는 능력을 확인하는게 더 가치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1번인 경우 바로 Web API로 솔루션 만들어서 만들면 되고 2번인 경우 UI나 라이브러리 안에 있는 모델링을 기반으로 코드를 작성하면 된다.

    나는 총 3번의 Probetag을 봤는데 전부 WebAPI 관련이었고 Visualization에 관련하여 딱 한 곳만 Component까지 요구했고 나머지는 Swagger로 커버했다.

    문제 난이도는 초초쉬운편인데 피드백에는 그냥 쉽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았다라고만 적었다. 너무 쉬웠다라고 했다가 틀린거 있으면 민망하니까.

    그렇게 해서 2차 면접까지 통과하면 계약서와 함께 협상을 하게 된다. 2차를 잘 봤다면 3차 협상에서는 1차에 내가 말한 조건을 웬만하면 다 맞춰서 줬었다. 아님 내가 부른 연봉이 꽤 적당 했다던가.

    4. 서류 확인 및 이직 완료


    3차 협상 후 서류를 주는 곳도 있고, 바로 3차 협상 없이 바로 서류부터 주는 곳도 있다. 둘다 나쁘진 않은데 3차 협상 후 서류를 주는게 마음은 편하더라. 서류에 불편한 내용이나 말이 안되는 내용이 있으면 당연히 질문을 해야한다. 중요한 건 24시간 안에 답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 계약서 외에 추가 서류가 있다면 72시간 내에 반송하는 것이 좋다.

    나는 내가 처음에 말했던 연봉과 맞춰서 서류가 와서 다행히 빠른 답을 줄 수 있었다. 혹여나 A와 B가 붙었는데 본인은 A가 가고 싶은데 B가 연봉이 높다면

    "나는 정말 A에서 일하고 싶고 앞으로의 미래가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다른 회사에서 000유로의 제안을 받았다. 나는 A에서 하는 프로젝트가 정말 마음에 들고, ~한 부분에 ~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앞서 말한 000유로의 연봉을 제시하고 싶다."

    라고 공손히 메일을 보내보거나 말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보장할 수 없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을 앉힐 수도 있다. 리스크는 언제나 당신의 몫.

    5. 이사


    홈오피스를 해도 되는게 요즘 추세이지만, 아직 나는 신입 개발자이기도 하고, 회사 일도 많이 배우고 싶어서 회사 근처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이사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은 우리 팀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이다. 내 계약서에는 회사 주소지가 Düsseldorf라고 되어있었는데 팀장님 메일에는 Hagen이 적혀있어서 느낌이 싸했다. 팀장님께 더블체크 메일을 보내니 본사는 Düsseldorf가 맞지만 우리 부서는 Hagen에 있다고 한다.

    이때 진짜 큰일 날 뻔 했다. 사실 그 전 주에 이미 Düsseldorf 집을 보고 왔었고,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 계약서 받아놓고 싸인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다시 집을 보러가야 해서 마음이 무겁지만 Düsseldorf 집에 계약 안한게 어디냐고 생각하며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Hagen은 또 어디람.. 이러다 독일 전국을 여행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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