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취업/독일] 중편 17. 성당(종교 관련 지극히 주관적)
    Work Abroad 2022. 2. 2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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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카톨릭(천주교)이다. 모태신앙은 아니고 학교에서 장학금 주길래 시작하게 되었다. 내 모교는 서강대학교로 예수회가 이사회인 카톨릭 학교다. 서강대에서는 카톨릭이면 장학금 잘 받을 수 있다는 찌라시가 있다. 학교 안에 성당이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학생들에게 채플을 강요하진 않는다.

    한 학기 내내 교회가는 학교들과 다르게 내가 입학한 15학년도까지는 채플 자체가 없었다. 대신 16년도부터 신앙과 생활이라는 과목이 들어오면서 신입생들 대상으로 3일 정도 캠프가는게 생겼다.

    후배들 말로는 다른 학과 친구들 사귀는 유일한 기회라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그냥 선배들 없이 MT가는 것과 비슷하고 교수님들 대신 신부님들과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지어 1학점이라 시험도 없고, 그냥 방학에 다녀오는 작은 축제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학교에서 왠만한 아싸가 아니라면 다들 좋았다고 한다.(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싫을 수도…) 암튼 나는 못가봐서 잘 모르고, 사실 가보고 싶기도 했다. 이 과목 때문에 천주교 들어온 애들도 많았다.(당시엔 그랬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장학금을 목적으로 카톨릭을 시작했고, 실제로 예수회에서 장학금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공부에 뜻이 없어 자퇴할지 뭐할지 고민하고 있었고 성가대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당연히 성적은 절벽으로 떨어졌고, 이 때문에 원래 나라에서 받고 있던 장학금을 받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급하게 성당 수녀님과 상담을 잡고 수녀님은 앞으로 성가대 열심히하고 공부도 열심히하길 바란다며 바로 추천서를 써주셨다.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사춘기가 제대로 왔었구나 싶고, 성당에서 장학금 못받았으면 진짜 자퇴했을 수도 있다.(서강대 공대 학비는 420만원이다.)

    이런저런 인생사로 인해 나는 아직도 카톨릭이다. 이과 공대생에 물리학과 천문학 해놓고 신을 믿는게 웃기게 보일지 몰라도 나도 어딘가 기댈곳이 필요했고 그게 카톨릭이였다. 그렇다고 인생이 내 맘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지만 믿는 다는 것 자채로 힘이 될 때가 있다. 이게 종교의 힘인가.

    시골에 살 때는 근처에 성당이 하나도 없어서 기차타고 괴팅엔 한인교회를 다녔다. 교회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뭐 가족사도 있고, 그 특유의 전도하는 문화가 싫다. 장학금으로 꼬시는 것도 전도 아니냐?라고 하면 그래, 장학금으로 꼬시는 것도 전도라고 할 수 있는데 적어도 면대면으로 대놓고 강요는 안한다. 서강대 다니는 애들이야 성당 말고도 장학금 받을 곳도 많다. 그러니까 전부 본인의 선택이라는 거다. 나는 일부 강요하는 교회 때문에 교회에 거부감이 있고, 친가가 크리스찬이라 방항심리인 것도 있다.

    아무튼 그 교회를 다닐때 무척이나 불편했다. 한인교회가 강요를 했다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경험한 일부 교회들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 교회에 대한 일반화가 생겨 본능적으로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괴팅엔 한인교회는 우리라는 공동체 정신이 돋보였고, 청년들이 많아 나에겐 독일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로 맘편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적의 경험으로 인해 나는 계속해서 불편함을 느꼈다. 이직을 할 때도 이사를 할 때도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음식도 나눠주시고 하셨었는데 정말 죄송하게도 그냥 불편했다.

    이사를 와서는 근처 성당을 다닌다. 걸어서 10분 거리고 이름은 St. Willhelm 이다. 외관은 빨간 벽돌로 되어있고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15분에 미사가 열린다.

    이 곳에서는 괴팅엔 한인교회에서 느꼈던 공동체 정신이나 우리라는 느낌은 못받는다. 괴팅엔 한인교회에서는 늘 목사님께서 우리에게 관심가져 주시고 살갑게 대해주셨어서 정말 감사드린다. 하지만 성당은 미사 끝나면 그냥 갈길가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성당 사람들과 나는 이야기를 해본적이 없다. 그냥 미사만 드리고 바로 성당을 나간다. 하지만 나는 이게 편하다. 서로 물어보지 않는 문화가 나는 더 좋다. 필요하면 내가 먼저 말할테니.

    원래는 종이 악보는 주셨는데 이번주부터 책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성가대가 돌아왔다.

    성당 끝나면 근처 아시아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Big Box라는 곳인데 오리고기가 진짜 맛있다. 그리고 사장님이 굉장히 친절하시다 :)

    성당 끝나면 시내로 나가 카페에 간다. 나는 주로 플랫 화이트를 마시고 케이크는 그때그때 다르다.

    성당이든 교회든 본인이 다니고 싶은데 다니면 된다. 종교는 무엇이든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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