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취업/독일] 35. 율리네 방문
    Work Abroad 2023. 11. 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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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율리에게 문자가 왔다.

    “너 이직할 생각없냐?”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나도 영어쓰는 회사 가고싶음. C#이고 나발이고 커뮤니케이션은 제발 영어쓰고 싶음ㅋ

    근데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 초심이 나를 아니 정확히는 내 멱살을 잡는다.

    (절대 다른 사람한테 하는 말 아님. 걍 내가 나한테 하는 말임.)
    ‘독일에 왔으면 독일어를 해야지. 영어 할거면 미국을 가든가’
    (진짜 다른 사람들한테 하는 말 아님. 영어든 독일어든 말만 잘하면 됨.)

    하… 왜 이 마음으로 독일 처음 도착해서는 3년 지난 지금도 독일어는 제자리 걸음인데 욕심을 버리지 못하니…
    주변에서는 독일어 늘려면 10년은 살아야된다 어쩐다 하는데 걍 노오오력의 차이라고 본다.
    나는 8시간 동안 회사에서 꼬부랑 글씨랑 싸우다 집오면 진짜 보기도 싫고 듣기도 싫다.

    아무튼 그렇게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율리에게 이직 제안은 고맙지만 아직은 C#하는 회사, 독일어하는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이유로 거절…을 하게 되었고(지금 생각해도 내가 멍청이) 어떻게 살고있냐 물어보게 되었다.

    “9월에 남자친구 가족여행 가는데 너 와서 놀고 갈래?“

    호옷!!!!

    율리가 이사를 갈때마다 놀러가는 기분이 들긴 하는데 암튼 율리 남자친구의 부재를 핑계로 그 집에서 성인 돼지파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아!!!!!“

    그렇게 한 여름 밤에 만하임 여행갈 준비 시작.

    내가 만하임 놀러간 게 9월이었는데 도착하자마자 가을 옷 입은 사람이 나 뿐이라는 것에 놀랐다.
    혹시 내 블로그 염탐하는 독일 이민 희망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제발 남쪽에서 사세요.
    북쪽에 살때는 그냥 9월 되자마자 바로 가을이었고 중부에 사니까 9월 중순부터 가을됨.

    다행히 캐리어에 여름옷 챙겨왔음. 옷 없으면 율리가 빌려준다는데 율리 옷들 다 너무 예뻐서 함정에 빠질 뻔 함. 내 허벅지가 너의 바지에 들어갈 리 없다!

    율리가 마중나와줘서 율리네 뉴 하우스로 수월히 도착했다. 전전날 나한테 뭐 먹고싶냐고 묻길래 ‘햄이 듬뿍 들어간 파스타’라고 했어서 율리가 진짜로 파스타를 해줬다.ㅎㅎ

    첨에 율리는 대체 ‘햄이 듬뿍 들어간 파스타’가 뭘까 했다고 한다.  ‘까르보나라에 베이컨을 많이 넣은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율리 남친이 그럼 ”햄이라고 하지 않았을 거야“라는 말에 진짜 햄 넣는 파스타를 찾아봤다고 한다.

    내가 말한 ‘햄에 듬뿍 들어간 파스타’는 그냥 아무 햄 혹은 소시지를 넣고 대충 아무 파스타 소스 넣고 끓인 말그대로 ‘아무햄 파스타’이다. 예전에 가기 전에 치킨 먹고싶다고 했다가 진짜 율리가 집에서 치킨을 해 놓아서 이번엔 민폐끼치지 않으려고 그렇게 말한 거였는데 뭔가 다른 쪽으로 민폐를 끼쳐버렸다.

    다음에는 더 정확하게 알려줄게ㅠㅠ 근데 진짜 맛있었다 저 파스타


    아프리카에서 사왔다는 코끼리 깔루아. 아마룰라. 초코향과 커피향 그 사이 어딘가인 맛이 남. 진짜 맛있고 달달하고 자꾸 손이 간다. 하지만 술은 술이라는 거.


    그 다음날 율리의 최애 케밥집에 갔다. 내 블로그의 특징: 사진은 보여주지만 맛집 이름은 안알려줌.ㅋ

    사실 알려주고 싶어도 기억이 안남.

    여기 진짜 맛도리이고 나도 여기가 최애 케밥집으로 바뀜. 토마토 소스가 얼마나 진한지 하필 저날 흰 옷입고 갔는데 아무리 닦아도 안지워짐.

    그리고 나 원래 느끼해서 케밥집 요거트 안먹는데 여기선 다 먹음. 양도 엄청 많고 무엇보다 재료가 진짜 신선함. 고추가 진짜 명물인데 내가 시킨 이스켄데르 케밥에서는 오이고추가 나오지만 율리가 시킨 쿠스쿠스에서는 거의 무슨 땡초가 나옴.

    둘다 울고 나옴ㅋㅋㅋㅋㅋ


    내부 인테리어 사진. 사장님이 축구 광팬이신 듯 함.


    이 케밥집이 만하임 대학교랑 엄청 가까움. 그래서 밥 먹고 산책겸 대학교 돌아다님.

    물론 방학이라 문을 열어놓진 않았지만(독일은 10월 개강) 그냥 이런 건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부러웠다.
    나도 그런 건물에서 공부해본 적이 있긴 한데 브루노라고. 근데 난 사실 공부를 하러 갔다기보단 술… 마시러 학교다님ㅋ

    여기는 Wassertrum. 예전에 상하수도를 관리하던 시설이라고 한다.(율리 말에 의하면)

    많은 커플들이 여기에 자물쇠를 걸어놓고 가더라. 이 날이 일요일이라 사람이 주변에 사람이 좀 있긴 하더라.

    참고로 여기는 대학교랑 가까우니까 학교 함 보고 주변에서 커피하나 사서(스타벅스 있음) 여기서 마시면 “역시 가을이 최고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이 최고야

    화려한 분수

    여기 가려고 돗자리도 챙겨왔는데 잔디 밭에 돗자리 피고 앉으면 안된다고 한다. 무슨 법인지 모르겠음. 하겐은 그딴거 없음. 대충 옷 깔고 앉는 건 괜찮은 거 같음.

    그래서 벤치 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아직 아슬아슬하게 걷는 애기들 보면서 시간 보냈다.


    그날 밤에 율리가 파나코타 해줬다.
    율리는… 천재가 분명하다!


    셋째날 점심: 햄버거.
    이거 진짜 존맛탱. 집에서 똑같이 해봐도 이 맛이 안남. 도대체 레시피가 뭘까?

    이날 우리 진짜 괴식하긴 했구나. 나 이제 알았잖아 이날 우리 BBQ가서 치킨 먹은거.

    하겐에는 BBQ 없고 심지어 도르트문트도 없음.
    먹고싶으면 무조건 뒤셀도르프 가야된다.

    아무튼 내가 얼마 전부터 BBQ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율리가 같이 가줬다ㅎㅎ
    그리고 떡볶이도 시켰다 ㅎㅎㅎ

    저 빨간 치킨은 양념 치킨이 아니라 핫 스파이시 치킨임. 나름 후라이드랑 조합이 괜찮은 것 같다. BBQ 양념 치킨이 달달해서 손이 잘 안가는데 스파이시는 괜찮은 것 같다. 현지인들은 간장맛 많이 시키더라.


    율리랑 정말 자주 갔던 칵테일 바 Sausalitos. 독일 전역에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올덴부르크 살 때는 없었음. 하겐에도 없음. 근데 도르트문트나 근처 큰 도시 가면 있음.

    이때 마신 칵테일이 강렬해서 이젠 보일 때마다 테이크아웃 해서 마신다. Green Carma Mojito 강력 추천


    넷째 날인가에 드디어 BUGA23 방문. BUGA23이 뭐냐면 Bundes Garten 의 줄임말이며 식물 박람회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꽃이 예쁜 장미나 백합류, 덩쿨 식물, 갈대류, 열대 식물 등 종류도 엄청 많고 식물 뿐만 아니라 동물원 같이 여러 포유류, 조류, 파충류 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암튼 이게 독일에서 하는 정원 뽐내기 축제이고 이긴다고 상금은 없지만 독일인들이 환장하는게 무엇인가? 바로 정원이란 말이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원 관리 만큼은 따라올 자가 없는 독일인들에게는 방문만으로도 엔돌핀을 만들어 주는 장소이다.
    곳곳에서는 가위를 들고 꽃이나 줄기를 다듬는 어르신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중국식 정원도 있는데 안에 진짜로 잉어가 살고 있었다.

    참고로 이런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은 따로 건물이 있다.


    케이블카 타고 집가는 중.

    율리가 해준 오향고기. 내가 한 막국수.
    둘이 환상의 조합이다. 진짜 맛있어서 둘다 박수치면서 먹음.

    다섯째 날 하이델베르크.
    운동을 싫어하는 나를 데리고 잘도 다니더라. 이율리… 두고보자…!

    그래도 뷰가 진짜 끝내줌. 날씨도 끝내줌.
    내 앞으로 유치원 생들 지나가는데 아니 너네 안힘드냐고 왜 안힘드냐고 이게…

    이거 분명 니어 오토마타에서 본 것 같은데?!!!!

    그 유명한 한국관 처음 봄.

    대충 하이델베르크 어쩌고 다리.

    왜 갑자기 프랑크푸르트인가. 나는 목요일에 프랑크푸르트에서 MongoDB 컨퍼런스에 가야했다. 그래서 율리한테도 여행 전부터 사전 공지함. 율리는 자기도 그럼 그 날만 일하겠다면서 미리 일정 정해놨다.

    그래서 만하임에서 프랑크푸르크 장장 1시간 걸리는 길을 혼자 새벽 5시인가 부터 일어나서 영차영차 가게 되었다.

    너어어어무 일찍 와버려서 스타벅스에서 아바라 한잔.

    갑자기 영화관 왜 갔냐고? 그 컨퍼런스가 저 영화관에서 열리는 거였다.
    왜 메세를 안썼는지 나도 궁금함. 덕분에 내 생에 최악의 컨퍼런스였음. 사람은 너무 많은데 장소는 엄청 좁고 사은품도 작년에 비해 좀 무리하지 않은 느낌.(펜과 양말) 작년엔 물병, 티셔츠, 컵 등등 박스로 줬었음.
    물론 내용이 좋긴 한데 영어로 하는 강의는 질문할 시간도 없었고 점심 식사나 장소도 그렇게 좋지 않았기에 다음부터는 그냥 유튜브로 볼 것 같다.

    이날 끝나고 너무 배고파서(점심 제대로 못 먹음) 돌아가는 길애 피자를 사갔다. 율리가 피자랑 이 피클 꼭 같이 먹어야 한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이거 진짜 도미노피자 피클이랑 똑같다. 덕분에 나도 집에서 쟁여놓고 먹는다.

    금요일은 마지막 여행날이므로 라멘.
    사실 중간에 회전 초밥 먹긴 했는데 사진이 없다. 그 집 밥이 너무 따뜻하고, 생강이랑 간장, 와사비 리필을 말해야 준다. 참고로 독일 스시집에는 생 고추냉이를 보기 어렵다. 나도 아직 본 적이 없다.

    친구는 소유 시켰고 나는 탄탄멘. 근데 탄탄멘이라기
    보다는 미소라멘에 고추기름과 매운 토핑을 얹은 느낌이었는데 이거 내가 먹은 밖에서 사먹은 만하임 음식 중 1위다.

    하이볼은 솔직히 내 입맛 아니었다. 그냥 기린
    맥주 마셔야됨.
    국물 맛이 미쳤고 고기가 진짜 부들부들하다. 근데
    그 와중에도 김치는 먹고싶더라. 참고로 김치 없다.

    라멘 먹고 예술이라는 것을 보러 현대미술관을 갔다. 율리 가라사데 이해하기 어려우면 현대미술. 그래, 난 현대에 살지만 도대체 현대미술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

    이 세탁기 보고 나도 내 세탁기에 LED 넣고 싶어졌음.

    귀여운 고양이 마에스트로 엽서.

    우리의 마지막 돼지 파티는 김치전과 김치 볶음밥.
    역시 나는 김치전의 레전드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외국인들도 내 김치전 맛있다고 해준다. 식으면 더 맛있다. 나도 레시피 모른다. 그때그때 반죽 그릇에따라 다르고 계량을 정확히 해본 적은 없어서.

    율리네는 보드 게임이 진짜 많은데 벌써 그 집에 있는 보드게임 5개는 해본거 같다. 이거는 재밌기도 하고 흥미로움. 뭔가 내가 마법사가 된 것 같은 느낌.

    아무튼 이렇게 즐거운 율리네 방문 겸 만하임 여행 끝!
    휴가는 역시 남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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