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취업/독일] 중편 13. 택배
    Work Abroad 2021. 10. 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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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근처로 이사오기 전까지 재택근무를 했다. 집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대체로 모든 택배는 바로 받았다. 한 번 한독몰 택배를 놓쳐서 집 앞에 그나마 도시인 델링선 이라는 마을까지 가야했던 적이 있다. 이 델링선이란 마을은 우리집에서 차가 아니면 갈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웃집에 사정을 말하고 차를 얻어타서 도착했지만 택배는 이미 행방불명. 알아보니 다시 한독몰로 보내졌다고 한다. 하…

    이런 경험도 있고, 체코에서도 택배 본인이 못 받았을 경우 우체국 가서 직접 받아왔어야 했기 때문에 유럽에서의 택배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새로 이사온 집에 사야할 물건이 있어 이걸 택배로 받아야 하나 어찌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다. 낮에 오면 나는 회사에 있기 때문에 받을 수가 없는데 그럼 또 근처 우체국 혹은 재배송 시켜야 하는데 이건 정말 너무…. 너무 싫었다!!

    그래서 하우스메이트인 해리한테 집에 언제언제 있냐고 물어봤는데 화요일과 수요일에 재택근무를 한다고 했다. 나는 이때부터 엄청난 계획을 세웠다. 모든 택배는 무조건 화요일 혹은 수요일에 도착해야 한다는 계획. 제발 해리가 집에 있을 때 와야 할텐데…

    그리고 화요일.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해리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나의 소중한 냄비가 집에 도착했다. 이 냄비로 말할 것 같으면 인도인인 해리가 본인 냄비를 써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도저히 그 냄비에 수육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나는 냄비에 소고기 미역국도 해먹고 싶었기 때문에 새로 냄비를 구입했다. 이것이 그 냄비였다. 이 냄비가 내 손에 들어오지 못하면 나는 그 동안 수육도 없고, 곧 내 생일인데 미역국도 못 먹을거라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슬펐다. 근데 회사에서 당장 뛰쳐 나갈 수도 없고, 그냥 다음을 기약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아마존에서 메일이 하나 왔다.

    내 소중한 냄비가 내 이웃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갓 이사와서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이웃한테 전달되었다고? 그래서 그 고마운 이웃이 누군지 알기 위해 아마존 앱을 다시 켜봤다.


    라이머라는 사람이 내 소중한 냄비를 보관해주고 있군!! 퇴근하자마자 신나서 룰루랄라 가다가 이 소중한 냄비를 보관하고 있는 나의 고마운 이웃에게 뭔가를 보답해야하나 싶어서 구글링을 해보았는데 영 답이 안나온다. 걍 나중에 손 뜨게질 한 수세미를 가져다 주어야겠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라이머씨네 집에 들려 초인종을 눌렀다. 일단 최대한 밝게 인사를 했다. 나는 오면서 뭐라고 말할까 준비했는데 라이머씨가 날 보며 환하게 인사해 주시면서 너의 냄비가 이것이냐 라고 묻더라. 네 이것이 저의 수육과 미역국을 책임질 냄비입니다.

    라이머씨는 초대박 친절했고, 나는 내 냄비를 성공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웃이 내 택배를 대신 받아준다는 것이 너무너무 설래고 놀라웠다. 이것으로 이웃과 한발짝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으려나?

    한국에서는 무조건 집 앞에 두고가는 택배를 이렇게 이웃집에서 받게되니 신기했다. 해리가 말하길 이웃에게 맡겨지지 않을 때는 집 앞 에데카 소포함에 두고 간다고 한다. 역시 도시가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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